“아이가 번번이 물건을 훔치고 다른 사람을 때리기도 해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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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학교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나 드라마를 보다 보면, 교실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욕설을 하거나 주먹을 휘두르고,
다른 학생이나 심지어 선생님에게도 위협을 가하는 청소년이 등장하는 것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비단 이런 허구의 작품을 통해서만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주변에서도 앞서 얘기한 것과 같은 문제 학생들을 흔히 접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뉴스에서도 10대의 아동 청소년이 저질렀다고 하기에는 너무나 잔혹한 범죄들이 연이어 보도되면서 사람들을 충격에 빠뜨리기도 합니다.
품행장애는 아동 청소년들이 사춘기를 겪으면서 보일 수 있는 일시적인 일탈 행위와는 다르게,
반복적이고 지속적으로 다른 사람의 기본적인 권리를 침해하거나 중요한 사회 규범이나 규칙을 어기는 행동양상을 보입니다.
다른 사람이나 동물에 대해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거나 다른 사람의 재산을 파괴하는 행동,
혹은 사기나 도둑질 등과 같이 사회 규범을 심각하게 위반하는 행동이 있는 경우 그 아이가 품행장애는 아닌지 잘 살펴보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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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행장애의 원인에 대해서는 다양한 연구보고가 발표되어 왔으며, 일반적으로 생물학적, 심리적, 환경적 요인이
서로 다양하게 상호작용하여 품행장애를 발생시킨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연구보고에 따르면 품행장애에서 나타나는 공격성, 비행행동, 반사회적인 행동은 중등도의 유전율을 보인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여러 연구들에서는 또한 이러한 유전적 요인에 더하여 부정적인 환경 요인이 상호작용하여 품행문제의 발생에 영향을 미친다고 합니다.
생물학적으로는 테스토스테론이라는 호르몬의 농도가 높은 사람에서 품행장애의 확률이 더 높다는 보고가 있고,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는 아동에서 뇌척수액 내의 세로토닌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의 대사물의 농도가 낮고, 말초혈액 내에서는 세로토닌의 농도가 높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심리적인 원인을 살펴보면, 지능이 낮은 경우에도 반사회적 행동을 보일 가능성이 높으며, 사회인지 능력이나 갈등을 다루는 능력이 부족한 경우에도 품행 장애의 위험성이 증가합니다.
즉, 타인의 의도를 오해할 소지가 높기 때문에 사회적인 관계에서 충동적인 반응을 보일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품행장애를 가진 아동이 유아기 시절에 달래기 어려운 모습을 보이고, 평균보다 낮은 지능을 보일 경우가 많은데,
낮은 지능은 증상으로 인하여 학습을 제대로 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면서 생기는 이차적인 결과일 수도 있습니다.
환경적인 요인은 부모의 거부나 무관심, 신체적 정서적 학대, 일관적이지 않은 양육, 부모의 범죄, 잦은 양육자의 교체 등이 관련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 외에도 경제적인 어려움이나 부모의 불화, 부모의 알코올 혹은 물질남용, 부모의 정신질환 또한 품행장애의 발병과 관련이 있으며,
가족이나 이웃 혹은 대중 매체를 통한 폭력의 노출이 향후 품행장애 환자의 공격성 증가에 기여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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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행장애의 대부분은 성장하면서 증상이 호전되며 또 다른 정신과적인 공존질환 없이 성장합니다.
그러나 품행장애는 장기간 지속되는 경향이 있어서 진단 후 3~4년이 지난 후에도 45~90%의 환자는 증상이 지속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품행장애의 일부는 성인이 된 이후에 반사회적 성격장애로 진행이 되는 경우가 있고, 물질사용장애, 기분장애, 불안장애 등의 다른 공존질환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품행장애가 지속한다면, 청소년기에 학업의 중단, 원치 않은 임신, 법적 문제에의 노출, 신체손상 등이 나타날 수 있고,
이는 일상생활의 적응을 더욱 어렵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조기에 적절한 개입을 하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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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행 장애는 아동 청소년에서 1~16% 정도의 유병률(전체 인구에서 질병을 가지고 있는 비율)을 가진다고 알려져 있고, 평균적으로 4% 정도가 품행장애에 해당한다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아동기에서 청소년기로 성장하면서 유병률은 더 증가하며, 남자가 여자보다 3~4배 정도 더 많이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품행문제에 대한 원인은 남녀 간 큰 차이가 없으나 품행문제를 일으킬 위험을 더 높일 수 있는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나
자폐스펙트럼장애와 같은 신경발달장애가 남자에서 더 흔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이러한 남녀의 유병률 차이가 나타난다고 설명하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여자 아이들이 예전보다 품행문제나 반사회적 행동들을 치료받는 경우가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품행장애의 치료는 크게 정신사회적 치료와 약물치료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개인의 기질과 가정 및 학교의 환경, 공존질환 등의 다양한 위험인자가 질환 발병에 관여하기 때문에 정확한 평가가 효과적인 치료의 첫걸음입니다.
치료원칙
치료의 일반적인 원칙은 먼저 품행장애 아동 청소년과의 치료적 관계를 세우는 것이 일차적인 목표이며, 조기에 꾸준히 집중적으로 치료를 해야 합니다.
치료 계획을 세울 때에는 아이와 부모, 가족, 학교와 같은 가능한 한 여러 영역에 개입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일반적으로 부모 등의 보호자를 보조 치료자로 치료에 개입시키는 것이 치료의 효과를 훨씬 높일 수 있고,
품행장애 아동 청소년에서 대개 학습, 사회성, 감정 조절 등의 문제가 다방면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다양한 문제에 초점을 맞추어 치료적 접근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치료의 목표를 현실적으로 세우고, 환자가 힘들어하는 부분을 우선적으로 주목하며, 그들의 강점에 주목하는 것이 또한 치료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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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물치료
현재로서는 품행장애 자체에 대해 최적화된 약물치료 방법은 없습니다.
그러나 공격성과 짜증, 신경질을 조절해주기 위한 약물치료와 우울증, 조울증, 불안장애,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등과 같이 동반질환에 대한 약물치료를 고려해 볼 수는 있습니다.
특히 동반질환이 품행문제를 더 악화시킬 수 있고, 동반질환의 호전으로 품행장애 증상을 현저히 저하시킬 수 있으므로, 우선적으로 동반질환에 대한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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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사회적 치료
품행장애의 치료는 비약물치료인 정신사회적 치료를 우선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권고되며,
대표적인 정신사회적 치료로는 부모훈련 프로그램과 문제해결 기술훈련, 가족치료, 행동치료, 사회기술훈련 등이 있으며,
개개인의 상황에 따라 이들의 조합이 가장 강력한 치료 효과를 가집니다.
부모훈련 프로그램은 청소년기보다 아동기에 적용했을 때 좀 더 효과적이며 보통 12~25주 정도 소요됩니다.
부모훈련 프로그램은 아동의 부정적인 행동을 줄이고 긍정적인 행동을 강화하는 부모의 역할을 늘리는 것에 초점을 둡니다.
부모가 우울증, 알코올 문제 등과 같은 정신과적 문제가 있으면 이에 대한 치료를 함께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문제해결 기술훈련의 경우 공존 질환이 있거나 지적장애가 동반되었거나 심각한 가족의 불화가 존재할 경우 치료 효과가 떨어집니다.
인지행동치료의 하나로 충동적인 반응을 지연하고 행동에 따른 결과를 예측하고 자기평가를 할 수 있도록 합니다.
그 외 다체계적 치료는 아동 청소년의 품행장애를 유발하는 여러 요인을 또래 관계와 학교, 이웃, 가정 내에서 찾고, 이를 주로 가족과 지역사회를 통한 개입을 통해 변화를 유도하는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