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예시에서 보듯, 신체증상장애 환자는 신체의 모든 장기에 걸쳐 다양한 신체 증상을 호소할 수 있습니다.
신체증상장애 세부 질환의 종류에 따라 밑에 기술된 증상 중 일부 증상만 호소하거나 대부분을 호소할 수 있으며 시간에 따라 주로 호소하는 증상이 바뀌기도 합니다.
- 일반적 신체증상: 근육통, 무기력감, 땀, 입마름, 얼굴의 화끈거림 등
- 소화기계 증상: 구토, 메슥거림, 속쓰림, 복부팽만감 등
- 신경계 증상: 두통, 어지럼증, 손발의 저림이나 떨림 등
- 심장 및 호흡기계 증상: 가슴 두근거림, 가슴 답답함, 숨막힘, 가슴의 열감 등
- 비뇨생식기계의 증상: 생리불순, 생리통, 하복부통증, 성기능 이상 등
이런 다양한 신체 증상을 가진 환자는 신체질환이 있을 거라는 생각에 여러 병원에서 신체 질환에 대한 검사를 받는 경우가 많고
검사 결과 특별한 이상이 없다는 의사의 말을 믿지 못하고 다른 병원에 가서 다시 검사를 반복하는 의료쇼핑(doctor shopping)의 모습을 보입니다.
또한 뚜렷한 병명 없이 신체 증상이 지속하기 때문에 환자는 희망을 잃고 무력감, 좌절감을 느껴 우울증 등을 동반하기도 하며,
집중력 감소, 식욕부진, 짜증이 많이 나고 예민해짐, 결단력이 없어짐, 멍한 느낌, 불면 등의 정신적인 어려움은 흔히 호소하기도 합니다.
노인환자의 신체증상장애
75세 D 할머니의 삶은 고난의 연속이었습니다. 6.25사변에 부모님을 잃었고, 고아원에서 벗어나고픈 생각에 일찍 결혼을 했지만 남편은 외도를 해 집을 나갔습니다. D할머니는 홀로 6남매를 키우려 고생했지만, 6남매는 이민을 가거나 형편이 어려워 찾아올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D 할머니는 그래도 “아플 새가 없었다. 우울할 틈도 없었다” 라는 생각으로, 특별히 아픈 줄, 우울한 줄을 모르고 살아왔습니다. 그러나 나이가 나이인지라 점점 팔다리, 어깨 등 아프지 않은 곳이 없습니다. 1년 전, 그래도 주변에 살며 전화로 안부를 묻던 막내가 급성 심근경색으로 사망한 이후로 할머니는 이유 없는 가슴통증이 시작됐습니다. 가슴이 시리듯 아프고, 입은 불이 난 것 같이 뜨거워 음식을 삼키지 못합니다. 어깨 통증, 다리 통증도 특별히 더 나빠질 이유가 없는데도 극심했다가, 견딜만했다가를 반복합니다. 병원을 찾아보았지만, 병원에서는 고령 때문이라는 말만 합니다.
노인환자의 경우, 병으로 진단받을 정도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자연스러운 뇌의 노화 및 퇴행성 변화로 신경계의 통증 혹은 피로에 대한 감수성이 낮아져 있는 상태가 됩니다.
또한 고령에서는 노화로 인한 관절 통증, 복통 등이 흔하게 나타나며 질병탈력성이 떨어져 있어 이를 동반한 다양한 신체 통증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특히 가족과의 마찰이 많은 노인분이나 독거노인의 경우 이러한 증상들은 더욱 증폭될 수 있습니다.
소아환자의 신체증상장애
소아환자의 경우 우울 및 불안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여 비특이적인 신체증상이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고 이것이 불안, 우울장애를 시사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소아환자에게 주로 발생하는 신체증상은 어지러움, 복통, 두통, 얼굴 붉어짐, 가슴 두근거림 등입니다.
영화 ‘마이걸’에서 사춘기 소녀 베이다는 동네 의사에게 “3년 전 목에 걸린 닭 뼈가 아직도 있다”고 이야기 합니다.
이상하죠, 의사가 보았을 때는 분명히 아무것도 없는데요.
베이다의 엄마는 베이다를 출산하던 중 돌아가셨습니다.
베이다는 장의사인 아빠, 삼촌, 치매에 걸린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베이다는 늘 외롭습니다.
“아빠, 내 왼쪽 가슴이 오른쪽보다 빨리 자라요. 암인 것 같아요. 난 죽을 거예요.”
“그래, 아가. 냉장고에서 마요네즈 좀 꺼내오렴.”
베이다는 엄마를 잃은 슬픔과 외로움을 말로 표현하지 못합니다.
자신으로 인해 엄마가 죽었을지 모른다는 불안감과 죄책감은 표현되지 못하고, 여러 가지 신체 증상으로 나타납니다.
그러던 중, 베이다의 감정에 공감해 주던 유일한 친구가 사고로 죽게 되고, 이러한 상실로 베이다는 고통스러운 감정들을 밖으로 터뜨리게 됩니다.
베이다는 자신이 엄마를 죽였는지를 아빠에게 묻고, “그건 네 잘못이 아니다”는 대답을 듣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을 수 있지만, 그 슬픔을 드러낼 때 위로 받고 추억을 지닐 수 있다는 걸 깨달은 베이다는 “난 마침내 닭 뼈를 삼켰다”고 말합니다.
아이들은 우울증상과 동반하여 잦은 신체증상을 호소할 수 있지만, 흔한 증상인 만큼 신체증상장애로 쉽게 진단 내리지는 않습니다.
아이들은 자신의 불안, 우울 등을 표현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것이 당연하기 때문입니다.
아이가 특별한 원인이 없는 잦은 신체증상을 호소한다면, 아이가 아프다고 할 때도 관심을 주어야겠지만, 그렇지 않을 때에 더 칭찬해 주고 사랑을 주어야 합니다.
아이들은 ‘아프지 않아도’ 부모님의 사랑과 관심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돼 점차 신체 증상을 덜 호소하게 됩니다.
소아의 신체화 증상은 비교적 예후가 좋고, 호전될 가능성이 성인보다 크다고 알려져 있습니다.